3년 준 년, 6개월 만에 울며 찾아옴
야, 오늘 좀 웃긴 얘기 하나 해줄까.
내 후배 녀석 얘긴데, 걔가 여자친구랑 3년을 사귀었거든. 뭐 결혼까지 생각했지. 부모님 인사도 다 끝났고, 청첩장 문구 고르고 있었대.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여자가 이러는 거야.
"우리 좀 쉬자."
쉬자? 뭘 쉬어. 3년을 만났는데 갑자기 쉬자고?
처음엔 뭔가 싶어서 물어봤대. 무슨 일 있냐고. 근데 대답이 가관이야.
"요즘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 너한테 확신이 안 서."
확신? 3년 만나고 결혼 준비하다가 확신이 안 선다고? 후배가 그 말 듣고 멍했대. 뭔 소린가 싶어서.
근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야.
헤어지고 2주쯤 됐을 때, 후배 회사 동기가 슬쩍 귀띔을 해준 거지.
"야, 너 전여친 SNS 봤어? 남자랑 찍은 사진 올라왔던데."
뭐? 싶어서 들어가 봤대. 근데 진짜 있더래. 어떤 남자랑 카페에서 찍은 사진. 그것도 커플 느낌 팍팍 나는 거. 손잡고 있고.
후배가 그거 보고 피가 거꾸로 솟더래. 계산해 보니까 사귀던 중에 만났던 거야. 환승이별. 다른 남자 만들어놓고 내린 거지.
3년이 뭐냐. 그 시간이 뭐냐고.
그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대. 나한테 새벽 3시에 전화해서 울더라고. 40 다 된 놈이. 근데 뭐, 이해는 가지. 누가 안 그러겠어.
그렇게 6개월이 지났어.
후배도 이제 좀 괜찮아졌거든.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소개팅도 몇 번 나가고. 뭐 아직 새 여자는 없는데 그래도 표정이 밝아졌어.
근데 어느 날 카톡이 온 거야.
"오빠, 나야. 잠깐 볼 수 있을까?"
후배가 그거 보고 한참 멍했대. 6개월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갑자기?
솔직히 안 만나려고 했대. 근데 이상하게 궁금하더래. 뭔 얼굴로 나올지. 그래서 만나기로 했어. 퇴근하고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니까 여자가 많이 말랐더래. 화장도 별로 안 하고. 예전에 그렇게 꾸미고 다니던 애가.
앉자마자 이러더래.
"오빠, 미안해. 나 그때 너무 못됐어."
후배가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듣고 있었대.
"그 사람이랑... 결국 안 됐어. 3개월 만에 헤어졌어. 만나보니까 오빠 같지 않더라고. 나한테 관심도 없고, 연락도 잘 안 하고..."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더래.
"오빠가 얼마나 잘해줬는지 그때는 몰랐어. 이제야 알겠어."
후배가 그 말 듣고 웃음이 나오더래. 씁쓸한 웃음.
옛날 같으면 마음이 흔들렸을 거야. 3년이잖아. 정이 남아있지.
근데 신기하게 아무 감정이 안 들더래.
가슴이 뛰지도 않고, 불쌍하지도 않고. 그냥... '아,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더래.
후배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이렇게 말했대.
"미안한 건 알겠는데, 나 이제 그때 감정 없어. 잘 살아."
그러고 일어나서 나왔대. 뒤도 안 돌아보고.
나중에 나한테 술 마시면서 그러더라.
"형, 이상하게 후련하더라. 복수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이긴 기분?"
그래, 맞아. 그게 진짜 이기는 거야.
울면서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화내면서 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담담하게 "난 됐어" 하고 돌아서는 거.
그게 40대 남자가 이별하는 법이지.
근데 있잖아, 그날 밤에 후배가 혼자 술 마시면서 그러더래.
"형, 그래도 그 3년이 아깝긴 하다."
그렇지. 아깝지. 시간은 못 돌리니까.
근데 뭐 어쩌겠어. 사람이 다 그런 거지. 떠날 놈은 떠나고, 남을 놈은 남는 거고.
중요한 건 내가 무너지지 않는 거야.
후배 녀석, 요즘 새로 소개팅 나간 여자가 있대. 좀 괜찮다고. 이번엔 잘 됐으면 좋겠다.
혼자 술 마시면서 이런 생각 드는 밤 있지 않아?
그때 그 사람,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뭐,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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